'생산성' 이라는 키워드는 직장에 들어오기 전까지 제대로 고민조차 해 본적이 없다. 가끔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 정도를 고민해 본적은 있다. 하지만, 조직 또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굳이 비교하자면 효율성 보다 생산성이다.
효율성은 같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인 것이고, 생산성은 똑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 또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는 둘 다에 해당할 수 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최소환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만들기 위한 곳이다 보니 효율성 보다 생산성에 더 관심이 많을 것이다.
생산성이라는 것이 결국 월스트리트의 기업 전망보다 더 많은 매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것이 곧 그 기업의 시장가치를 올려줄 수 있고, 연달아 대주주인 이사회의 이익을 챙겨준다는 점에서 이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인 것을 느지막히 알게되었다. 그래서, 현재 IT 업계의 주요 패러다임의 변화 중 하나도 결국 이 생산성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참 많은 것이다.
그런데, 기술의 번영이 줄곧 긍정적인 도움만 준 것이 아니고, 양극화를 만들고 배부른 경영자, 권력가, 정치가 들만 배를 채웠다는 관점의 비판적인 의견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해 줄 것만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을 찾게 되었고, 평상시에 하고 있던 고민의 주제였기에 관심있게 읽기 시작했다.
이 하나의 주제를, 과거 근대역사의 다양한 세부적인 정보를 참조하여 하나의 내러티브를 구성했고,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뒷장에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대단함은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끝에서 제시하는 내용과 그 과정의 역사들 사이의 연관관계성을 따져보자니 딱히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단순한 이야기를 어렵게 풀은 책 같았다.
책을 읽으며 부분 부분 떠오르게 된 나의 생각 또는 인사이트라고 생각되는 저자의 주장을 아래에 적어보고자 한다.
- 공유된 번영을 일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테크놀로지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기계에 맞서 경주하기보다 기계와 더불어 경주해야 한다. (p30 부근)
- 새로운 기술 도입에 있어, 평균생산성과 한계생산성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로봇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평균생산성을 높이는 것이고, 자동화 시스템으로 노동자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p32 부근)
- 20세기 내내 자동화가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노동 수요는 줄지 않았다. 이는 자동화가 노동자가 수행하 새로운 활동과 업무를 창출하는 또 다른 발달 및 재조직화와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자는 생산성 밴드왜건이라 부른다. (p36 부근)
- 자동차 공장 자동화를 통해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석유, 철강 및 화학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유통, 교통 등 업계의 성장을 함께 불러오는 것은 이상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무인 계산대를 도입하여 바코드 찍는 직원의 생산성에 약간의 이득만 가는 영향력이 작은 자동화는 사회가 함게 번영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단순히 노동자의 생산성 개선 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산업 전반에 큰 임팩트를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까지도 제시할 수 있으면 더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새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방향성을 잡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노동력이 불필요해지거나 노동을 감시하는 방향이 아니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다 비슷한 말인 것 같다. (p36 부근)
- 과학과 지식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우리가 어떤 비전을 갖고 적용하느냐에 좌우된다. 그런데, 그 비전은 순수한 의도 뿐 아니라 권력에 의해 설득 당하기도 한다. 올바른 비저늘 제시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이용하여 설득 할 필요도 있고, 설득이 잘 되면 그 권력을 가질 수도 있는 세상이다. 협소한 비전으로 갈지 아니면 더 포용적인 비전으로 갈지 선택의 문제인데, 더 포용적으로 가기 위해 강력한 지배층에 대항할 대안 또는 저항이 필요하다. 다만, 그 방법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저자의 말은 당연한 말인 것 같기도 한데, 결국은 사업을 하는 경영자가 무엇을 처음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 여기서는 강제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는 비전을 설득하는 권력의 원천은 1) 아이디어의 힘, 2) 의제 설정의 힘이라고 한다. (p43 부근)
- 불평등이 없던 수렵/채집과 초기 농경 사회에서 기술을 도입해서 불평등이 발생하게 된 그 이후 농경 사회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권력가의 의도적인 방향성 설정에 의해 없을 수도 있었던 불평등이 생겼다고 설명한다. 이에 나는 기술 하나만, 특정 권력가 한명만 볼 것은 아니고, 그 당시의 전반적인 사람들의 지식 수준, 가치관, 그리고 종교의 역할, 구성원의 변화, 특정 사람들의 정신적인 악덕함, 운 등 여러 요소가 사회를 구성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 얻고 소박하게 만족하며 산다면 불평등으로 인한 비극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다양한 요소에 의해 특히 누군가 악덕함을 이용하거나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생산을 극대화 하고자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불평등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시대 및 구성원을 막론하고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소규모 조직에서 주어진 환경에 큰 욕심 부리지 않는 문화를 만들면 공정함을 유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학 발달, 기후 변화를 막을 환경 기술 발달 등 해결이 꼭 필요한 영역의 경우 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부자가 될 것이고 결국 불평등을 야기할 것이고, 지금의 시기에서는 이미 자본가와 일반 노동자가 이미 구분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간극은 더 심해질 것이다. 즉, 인류 최초부터 평등을 잘 유지했으면 좋았겠지만 불평등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도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오히려 지금의 생존전략은 이 순리에 따라 불평등으로 부터 도태되지 않기 위해 무한의 경쟁에서 계속 상위그룹에 남아있는 것이 필요해진 것 같다. (p180 부근)
- 영국이 역사적으로 기술적 혁명을 선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고착화된 신분적 위계질서 속에서도 중간 계층이 상급으로 신분을 올릴 수 있었던 제도적 허용범위 아래에 그들의 욕망이 결합되어 기술 진보를 이끌어 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욕심과 그 욕심을 이루기 위해 아직 부족한 결칩이 Motivation을 자극하여 열정을 실천하게 된 지금의 개천에서 용나는 케이스들과 비슷한 것 같다. 그 와중에 신분적 평등성을 추구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본민주주의의 토대 역할도 일부 했으리라 싶다.
- 생산성 밴드왜건 조건 1)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 2) 노동자들의 협상력. 노동자 협상력은 자연스럽게 농업에서 도시의 산업으로 이동함에 따라 다수의 노동자들이 자주 모이게 되면서 의견 공유를 많이하게 된 영향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경제학자, 정치가와 기업가의 결탁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시대적으로 친기업 정책이 지지를 받으며 미국에서는 노조가 구조적으로 형식적인 역할, 즉 영국의 산별 임금 협상이 아니라 공장단위의 노조로만 역할을 하게 되었다. 구조도 대의를 잃었지만, 이 분위기 속에서 영국의 마가렛 대처도 친기업 정책을 펼치면서 노조가 전세계적으로 힘을 잃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때부터 자본주의 사회가 의식적으로 만연했을 것이고, 자본가의 힘이 보다 넓은 곳으로 펼쳐지면서 자연스레 자본가의 힘을 실어주는 움직임들이 나오기 시작했을 것 같다. 물론 그 사이에 심각하게 비윤리적이고 문제가 되었던 상황들로 인해 공정거래, 소비자 보호 등의 규제도 함께 발전은 되었을 것이다. (p400 부근)
- 기업이 의도적인 선택을 통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제약적으로 도입하면 노동자들과 상생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저자가 간과한 부분은 테크놀로지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도입은 필수고, 더더욱 개인 또는 작은 스타트업은 자원이 부족하여 사람을 대체할 테크놀로지에 더 관심을 갖고 도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p408 부근)
- AI 기술이 너무 감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비판적으로만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실전은 그러한 비판도 감안해서 감시 목적보다는 생산성을 찾고 돕기 위한 도구로 포지셔닝 하는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러한 상품들이 엄청 잘 팔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실제 비판받을 만한 것인지 지켜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p467 부근)
-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올바른 방향성을 위한 길항 권력을 노조와 시민사회의 자치적인 활동과 견제를 통해 이룰 수 있다는 저자의 제안은, 너무 수동적이고 대안이라 하기에는 무책임하게 들린다. 그 예시로 써 놓은 내용도 과거의 사례이고, 작은 규모의 사회에서나 쓰일만한 사례인 것 같다. 저자가 좌파의 관점에서 내용을 끼워 맞춘 논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p570 부근)
- 정부의 인센티브, 교육 강화, 기업 보호 정책 폐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추가 대안들을 설명하지만, one single bullet point는 아니며, 장기적이고 막연하게 들리기 까지 한다. 마치 처음에는 기술의 발전 자체가 잘못된 것 마냥, 그 기술을 만드는 기업들이 잘못된 것 같이 들리게 분위기를 몰았고, 중간에는 그 기술을 가지고 정책을 내리는 기업가와 정치가의 잘못이라고 분위기를 끌고 왔는데, 마지막에는 결국 대안이 정책적이고 사람의 양심에 맡겨야하는 정도라면, 결국 이루기 어려운 제안들인 것 같다. (마지막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