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을 보고 왔다. 솔직히 예고편만 봤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스토리가 흥미로워 보이지도 않았고, 기존의 봉준호 감독 영화들과 비교해도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 감독의 작품은 늘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고, 그의 연출력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극장을 찾았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점은 공간의 제한이었다. 다양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정된 세트 안에서 촬영된 듯한 느낌이 강했다. 이는 제작 방식이나 연출 의도에 따른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공간적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줬다.

마크 러팔로의 연기, 과장된 느낌이 들다

영화의 컨셉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크 러팔로의 연기가 조금은 과장된 듯했다. 물론 그의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강렬한 표현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봉준호 감독과 CG 생명체

봉준호 감독은 괴물과 옥자에서도 기괴한 생명체를 등장시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봉 감독은 왜 이렇게 CG가 필요한 존재들을 영화에 담으려 하는 걸까? 개인적으로 CG 생명체는 영화의 퀄리티를 다소 낮게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실사 기반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CG가 완벽하지 않다면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바퀴벌레와 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외계 생명체를 상상하며 이를 구현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로버트 패틴슨과 스티브 연의 인상적인 연기

이번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 건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였다. 1인 다역을 소화하며 각기 다른 미키 17과 미키 18을 연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같은 배우가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보이게끔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연기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존재감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꿈꾸는 디스토피아

영화를 보고 나니, 봉준호 감독이 꾸준히 디스토피아를 그려오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설국열차, 기생충에서도 그러했듯, 이번 작품에서도 미래 사회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녹아 있었다. 새로운 행성에서 펼쳐지는 생존 이야기와 복제 인간의 개념이 결합되면서 또 다른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완성한 것이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색깔이 묻어난 작품이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몰입도를 제공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와 감독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은 여전히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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