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이었을까, 마지막 전날 밤 학생들의 눈물을 쥐어짜기 위한 일정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각자의 소원을 적어 보자고 했다.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 라고 썼다.


멋있는 남자란 어떤 남자인가. 어릴 적 TV보는 것을 좋아해 드라마, 영화, 예능에서 주로 TV에서 접했던 인물들 대상으로 나름 이미지를 형상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냐,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어린 시절, 내 주변에는 멋있다고 할 남자는 없었을 것이다. 돌아와서, 멋있는 남자는 잘 생기고, 매너 있고, 능력 있고, 사람의 마음을 뺏을 수 있는 겸손하지만 당당한 정도가 아닐까.


대학, 군대, 직장, 이렇게 서른이 넘은 어른이 된 지금 순간까지도 멋있는 남자가 되고 싶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절대 거창한 욕심이 아니다. 내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관심 때문일 것이다. 삶의 과정 중에 몇몇 멋있다고 생각된 남자들, 아니 형님들이 있었다. 본 받고 싶었다. 그 중에 홍정욱 이 있다.


페이스북 팔로우를 하고 가끔 올라오는 피드를 보는 정도였다. 최근에 에세이를 낸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장 구매해서 바로 다 읽었다. 잘생기고, 남궁원 아들이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정도로만 알았지만, 이 에세이를 통해 더 많은 배경을 이해하고 더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공감이 가는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것들을 갖기 위해 해왔던 고민들, 그리고 지천명 50 나이에도 아직 인간으로서의 소명을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을 이해하게 되었고, 웬지모를 자신감과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의지를 느꼈다. 그리고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된 그가 외로움, 선택의 기로 앞에서 혼란스러움, 외부 소음으로부터의 신경, 우정과 가족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부분에서 모든 인간이 떠 안고 가는 무거움을 그에게도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면서 가깝게 느껴졌다.


짧은 에세이들의 모음집이라 쉽게 읽히고, 솔직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공유해주어 재밌게도 읽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코로나로 인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홍정욱도 자전거를 탄다기에 언젠가 자연스레 마주치는 순간이 오면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것만 같다.


이 에세이를 통해 '멋있는 남자'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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