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투사로 군복무를 했다. 인사 행정상 한국군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군 팀에 소속되어 일을 하면서 이미 리더십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 한 번 있었다. 10년도 지난 지금 와서 짜잘짜잘한 경험의 순간들도 영향을 주고 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그 경험 한번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기억만 아주 생생하게 떠 오른다.
동두천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미군의 훈련들에 꾸준히 참여는 했었다. 상병 때였다. 화생방 훈련을 하러 갔고, 미군이 한국군을 초대하여 함께 훈련을 진행하였다. 화생방 훈련은 여유있고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미군 부대의 취사병이 음식을 가지고 와서 한 쪽에 급식소 처럼 세팅을 하였다. 줄을 서기 시작했고, 오래 서서 마냥 기다리기 귀찮던 나는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다. 군복만으로도 극명하게 줄이 어떤 순서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군 장교 - 한국군 부사관 - 한국군 사병 - 미군 사병
순서로 줄이 세워져 있었다.
미군 부사관과 미군 장교는 훈련장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한국군과 미군 사병들 한테 훈련하느라 수고한다며 줄 서서 밥을 먹으라고 챙기면서 다니고 있었다. 한국군 장교와 부사관은 줄 가장 앞에 서서 그 누구보다 먼저 밥을 먹으려 서 있었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로서는 무언가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고, 그 순간 그 잘못이 무엇인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리더십'의 문제였다.
그 때, 과연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조직에서든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책임과 권한이 함께 올라갈 터이다. 나보다 낮은 직급을 바라보며 '꼬아? 꼬으면 나보다 일찍 들어왔던지, 아니면 일찍 태어났던지' 라는 것이 한국의 리더십이었다. 반면, 높은 직급일 수록 권한도 권한이지만, 책임에 더 큰 무게감을 주고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군의 리더십이었다. 물론, 미군도 리더십 부족한 장교나 부사관이 있다. 그리고, 미군도 전반적으로 부족한 모습들이 많이 관찰되었다. 미군 뿐 아니라 미국의 문화도 부족하고 모순적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당연시 여겨지고 있는 그 합의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바로는 한국과 미국에는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권한을 더 내세우는지 아니면 책임을 더 내세우는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군은 책임을 더 내세운 것이다. 리더의 위치란 무엇인가? 전쟁이 터지면 실제 총을 들고 나가서 총을 쏠 사람은 사병들이다. 사병들이 훈련을 받고 전쟁을 하기 위해 전력을 키우는데 문제없이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들을 챙기는 것이 결국 리더들의 책임이다. 그냥 돈 더 많이 받고, 더 넓은 방에서 일하고 자고,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모니터링만 하면서 명령 내리는게 리더가 아닌 것이다.
이 날, 관찰하고 생각해 본 리더십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쳐지지 않는다.
10년 이상도 지난 지금, 이 순간의 한국과 미국의 리더십에 대해 비교해보면, 거의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다. 발전이 없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것은 미국 문화를 경험하고 한국에 들어온 교포내지 유학파들 중에서도 일부는 이러한 문화 차이를 악용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더 악덕스러운 사람들이다.
리더는 책임을 다 하는 위치다. 조직원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집중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본인의 권위만 내세우고, 권한만 챙기는 위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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