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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D-hash 2024. 10. 27. 22:05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요즘 관심이 있는데, 변호사 출신의 훌륭한 사람이 오바마이기에 어떤 생각의 과정이 있어서 변호사가 되었는지 이해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제목만 보면 어린시절의 환경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더 구체적인 이유들이 함께 설명되어 있을 것 같아서였다. 또한,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부분도 개인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오바마의 책 '약의 땅', '담대한 희망'도 있었지만 그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책의 초반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의도나 글을 써내려 가는 스타일에 대해 이해를 시도하게 된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예측하면서 어떻게 이해할지 나의 동공과 뇌가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예고편과 함께 간단한 설명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마치, 미술관의 그림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성장과정과 의도에 대한 설명을 확인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가 본인의 어린시절 경험을 이토록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기억력이 대단하구나. 또는 사라진 기억을 과장해서 메꾸어 나가고 있구나. 이 둘 사이의 어디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글 책으로 읽고 있어서 단어의 선택이나 문장 구조가 번역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을 문학적으로 풀어내는 간접적인 표현 기법들은, 확실히 오바마가 글을 많이 써 본 사람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거의 책 처음부터 끝까지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주제로 일맥상통했으며, 중간 중간에는 지겨울 정도로 '정체성'과 관련된 추억만 설명되어 있었다.

 

오바마가 흑인으로 하와이에서 살았다는 사실과 그 시대적 배경, 아버지는 13살 때 한번 밖에 본적이 없었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학창시절을 살았던 경험이 그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었고,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채 오랜시간 이 정체성 혼란에 사로 잡혀있던 경험에 의해 LA의 대학시절, 시카고의 단체 생활 때까지 정체성 탐구와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 오게 된 것이다. 정말 특수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인 것이 이해되었고, 나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할 정도로 정체성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하나의 미션이었겠다는 이해 또한 해보게 되었다. 

 

하지만, 따뜻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에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어서 오바마가 크게 일탈을 하지는 않았겠다 싶었다. 물론, 이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했기 때문에 계속 혼란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정말 아무 보금자리 없이 길거리 생활 속에 겪는 혼란이 아니었기에 오바마가 정신을 차리고 길게 보았을 때는 올바른 삶의 여정을 살아가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 준 것이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복 누나와 형을 미국에서 한번씩 만나고 그 이후 하버드 로스쿨을 가기 전에 케냐에 가서 한달을 지내면서 피가 조금이라도 섞인 모든 가족들을 만나면서 오바마는 그의 정체성에 많은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 그 시대의 아프리카 남자가 그렇게 많은 부인을 두면서 이복 형제들을 많이 만든 것이 정상적이어 보이지는 않았다만, 책을 통해서만 이해된 바로는 그게 당연시 여겨지는 분위기였던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그 만큼 힘이 있고 부유한 남자가 많은 씨를 뿌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복 형제들도 가까운 형제들처럼 지내는 문화가 신기했다. 오바마 입장에서는 그래도 이들로 인해 마음의 안정감과 인생에 혼자가 아니라는 감정을 느낌으로써 살아가는 데 힘을 얻게된 경험이었을 것 같았다. 여러 친척을 만나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 이상의 조상에 대한 스토리까지 들으면서 오바마는 피의 뿌리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정말 궁금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 이모, 삼촌 등을 통해 두고두고 스토리를 들어왔기에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오바마는 그 과정이 생략되어 있었기에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겠다 싶었다. 이 짧은 시간에 그 스토리를 들었다고 모든게 바로 이해되기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환상, 그리고 서운함, 그 이상의 전수받지 못한 스토리를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서운함은 용서하고, 환상은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하여 하나의 인간으로 이해하면서, 전수받지 못한 스토리는 그의 행동들과 말로 유추하면서 어떤 것을 요구했을지, 무엇은 가르치고 싶어했을지 모두 이해했을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많은 대화를 하지 못한 경우에 겪는 감정 부분은 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버지가 되면 어떨지에 대해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자식이 커서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게끔만 대화를 나누는 것이 더 큰 의미 전달이 될까? 아니면, 유치해보여도 더 인간적인 가까움을 느낄 수 있게 사소한 말도 많이 나누는 것이 좋은걸까? 나는 후자가 더 옳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무엇이었든,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힘을 얻은 것은 있다. 오바마와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충분히 성숙한 생각을 하고 올바른 삶을 살아간 예시를 확인했고, 나라고 못할 일은 아니면서도 나는 앞으로 이러한 변명을 댈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충분히 해 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의 스토리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옛날 시골에서 있을 법한 결혼 문화, 남여 문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고, 가족 공동체가 우선시되는 문화는 매우 아시아와 비슷하게 들렸다. 특히, 선진국으로서의 고상한 문화를 살았던 유럽의 서양 분위기와 다르게, 어렵고 가난한 환경에서 가족이 뭉쳐 힘을 내서 선진국에 가서든, 선진국과 일을 함으로써 가정을 우뚝 세우기 위해 살아가는 부분에서도 아시아와 정말 비슷해 보였다. 인간 세상 살아가는 것이 정말 비슷해 보인다.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언제 다 읽을지 살짝 두렵기도 했지만, 쉬우면서도 생소한 스토리에 의해 재미가 느껴지면서 금방 읽게 되었다. 결국 이 이후의 스토리가 담긴 '담대한 희망'까지 읽어야 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오바마의 필력으로 문학적인 표현력을, 그의 보편적이지 않은 삶의 경험을 통해 다른 세상을 배우고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